내년 1월 적용 예정인 코리안리의 탈석탄 정책 국내외 전문가 긴급 평가 결과 만장일치로 ‘세계적 탈석탄 행렬 합류 환영하나, 기후 리스크 실질 관리에 부족’ 목소리 “정책에 달린 예외 조건과 석탄 운영 보험 중단 정책 등 빠져 한계”
국내 유일 재보험사[1]인 코리안리의 탈석탄 정책에 대해 기후솔루션이 국내외 전문가를 통해 긴급 평가한 결과 ‘부족한 수준’이란 성적에 머문 것으로 5일 나타났다. 코리안리는 2023년 1월부터 적용할 탈석탄 정책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국내외 석탄 채굴 및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투자와 임의재보험[2] 인수를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 사회적 약자 및 저개발국가 지원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의 경우 ‘제한적으로 운용하려 한다’는 예외 조건을 붙였다.
<코리안리 탈석탄 정책 발표 전문>
코리안리는 2023년 1월부터 국내외 석탄 채굴 및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투자 및 임의재보험 인수를 중단합니다. 다만, 국가 에너지 정책, 사회적 약자 및 저개발국가 지원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며, 이는 중후장대의 전통산업 중심으로 발전한 한국과 같은 국가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존의 시기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기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안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갈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내외 보험 전문가 및 기후 단체들은 ‘코리안리가 뒤늦게 나마 탈석탄 행렬에 합류한 것을 환영하지만, 석탄 투자 제한 정책, 석탄 보험 인수 등 양 측면에서 모두 기후변화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기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하였다.
피터 보사드(Peter Bosshard) ‘인슈어 아워 퓨처’ 코디네이터는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외국 재보험사들과 비교해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석탄 운영보험에 대한 정책이 빠진데다 (예외 조건을 걸어)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허용한 것이 한계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석연료인 가스와 석유에 대한 제한 정책이 빠진 것 역시 한계”라고 짚었다. 보사드 코디네이터가 이끌고 있는 ‘인슈어 아워 퓨처’는 매년 세계 보험사의 기후 대응 정책을 평가해 점수를 내는 활동하는 네트워크다. 보사드 코디네이터는 금융권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 기준 수립 분야에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녔다.
실제로 스위스리(Swiss Re) 등 해외 재보험사들은 일찍이 탈석탄 정책을 채택해 시행 중이며, 현재는 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탈화석연료 정책으로 강화하고 있다. 세계 3위 재보험사 독일의 하노버리(Hannover Re), 1위인 뮤닉리(Munich Re) 등 선도적인 재보험사 역시 오일샌드, 신규 석유 및 가스에 대한 보험 인수 제한 정책을 갖고 있다.
한국 보험연구원의 이승준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에 대해 “코리안리가 탈석탄 금융선언을 통해, 신규 석탄에 대한 임의재보험 중단 정책을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현실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앞으로 한 발 더 나가 석탄 관련 특약재보험[3] 중단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리크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애리얼 르 보도넥(Ariel Le Bourdonnec) 재보험 및 보험 정책 분석가는 “석탄 채굴 및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는 코리안리의 정책이 소위 ‘석탄 개발사’라고 불리는 해당 건설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에너지 정책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예외를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정책에 대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규모 예외를 허용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넥 분석가는 “코리안리가 탈석탄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내외 기존 및 신규 석탄 채굴, 플랜트, 기반 시설에 대한 보험 인수를 중단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는 2040년까지 탈석탄으로 나아가기 위해 보험 산업 전반에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탈석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신규 석탄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보험 중단 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석탄금융 부문 연구원은 “사실상 신규로 추진되는 석탄 화력발전 사업이 없어진 상황에서, 코리안리의 석탄 투자 정책은 정책 발표 전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후과학에 기초해 발간한 ‘2050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 0)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2021년 이후부터는 신규 화석연료 관련 프로젝트 개발이 불필요하다”라며 “이와 같은 기후과학에 근거해 코리안리가 탈석탄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코리안리는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재보험료[4] 지급액이 급증했고, 기후변화가 계속 심각해지면서 재해발생률이 올라가 앞으로 지급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1] 재보험이란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을 말함
[2] 보험사가 개별 위험에 대해 드는 재보험
[3]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계약의 범위, 책임한도액 등 약정을 맺고 하는 재보험 계약 방법. 의무재보험, 자동재보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의재보험에 비해 보다 포괄적인 계약으로 평가 받는다.
[4] 재보험을 인수한 회사가 피인수 회사에게 받는 재보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