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경과 회의는 공개가 원칙···정부 “그래도 석탄투자제한 관련 회의록은 공개 못해”
11일 기후변화청년단체GEYK·60+기후행동·기후솔루션, 보건복지부 장관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제기···”분명한 위법행위이자, 국민의 알권리 침해”
기후단체 기자회견서 “탈석탄 정책 수립 과정 공개 및 수립 지연 사유 등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국내 기후단체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의 석탄투자제한 정책과 관련된 안건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1일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60+ 기후행동, 기후솔루션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소송을 제기하기 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의 불성실한 정보공개 행태를 규탄하고, 탈석탄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소송 제기 취지를 밝혔다.
2021년 5월, 국민연금은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과 기금운용의 위험관리 및 탄소배출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해 기금의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 선언을 했다. 이후 2022년까지 석탄투자제한 정책 시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잠정적 계획 또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및 계획 발표 이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석탄투자제한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위는 석탄투자제한 정책 수립을 위한 안건을 상정하여 논의를 진행하였음에도 해당 안건에 대해서 대부분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지난 5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석탄투자제한정책 관련 안건이 논의된 5개의 회의록 ▲2021년도 제5차 기금위 회의록 ▲2021년 제6차 기금위 회의록 ▲2021년도 제9차 기금위 회의록 ▲2022년도 제1차 기금위 회의록 ▲2022년도 제2차 기금위 회의록, 실무TF 명단과 회의록, 전문가TF 명단과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8일 전문가 TF 명단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대해서는 모두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석탄투자제한정책 관련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를 전부 거부한 것이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비공개 사유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 국민연금법 제103조의2 제2항 단서의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 등의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기후솔루션의 김현지 변호사는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록은 1년이 지나면 전체 공개를 할 의무가 있고, 예외 사유에 해당할 때만 4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민의 알권리 및 국정 참여권 보장,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 같은 예외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번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정보공개법의 목적과 취지를 거스르는 위법한 처분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위가 석탄투자제한 정책과 관련된 안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공개함으로써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의 정책 수립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빠른 시일 내에 이행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석탄투자제한 정책 논의 과정 공개와 더불어 석탄투자제한정책 수립 지연 사유 설명과 향후 정책수립 계획 발표, 석탄투자제한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의 김선률 부대표는 “국민연금이 스스로의 ‘탈석탄 선언’을 거스르며 투자를 계속한다면 ‘탈석탄 금융’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국가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이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연금’이라는 국민연금의 슬로건에 정 반대되는 기금 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지속가능한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이 어째서 석탄발전 투자액을 늘리고 있는지 알고자, 기후 위기 시대에서 청년들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소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60+기후행동 윤여창 교수는 “국민들은 연령과 소득 조건에 따라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국민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따라서 우리 국민은 국민연금이 석탄 투자를 통해 우리의 노후를 위험하게 하고,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석탄 투자를 감행하지 않도록 감시할 권리가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국민의 땀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에게 회의록을 숨기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태를 묘사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국민연금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이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록을 온몸으로 막고 있으며, 국민 한 사람이 회의록을 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퍼포먼스에서 ‘NO 국민 ZONE’, ‘관계자외 공개금지’ 등의 판넬을 붙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