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세계 보험사는 탈석탄 넘어 탈가스로 나아가는데… 탈석탄 선언조차 않는 한국 재보험사

‘인슈어 아워 퓨처’ 글로벌 30개 주요 보험사 2022 평가 보고서 발간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 세계적 흐름에도 여전히 탈석탄 묵묵부답
삼성화재, 국내 보험업계 선도 중이나 국제 기준에 못 맞춰.. 17위→20위

세계 보험사가 탈석탄에서 탈석유와 가스로 ‘기후 금융’의 기조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험사는 이런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기후 대응 정책을 평가해 온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연대체인 ‘인슈어 아워 퓨처’(Insure Our Future, 이후 IoF)는 19일 2022년 평가 보고서를 내고 국내에선 유일한 평가 대상 보험사인 삼성화재의 평가 순위가 지난해 17위에서 20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IoF는 또한 아직까지 탈석탄 선언조차 하지 않은 한국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에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회사국가석탄 점수석유/가스 점수총점순위
AllianzGermany92.95.31
AXAFrance91.94.82
AvivaUnited Kingdom5.844.43
Swiss ReSwitzerland62.94.24
Axis CapitalBermuda91.44.25
GeneraliItaly5.52.83.86
ZurichSwitzerland71.43.87
Hannover ReGermany5.333.58
Munich ReGermany4.533.49
MapfreSpain5.51.53.210
SCOR ReFrance4.51.32.611
QBEAustralia41.42.512
HDI Global-TalaGermany3.31.82.313
AIGUnited States31.3214
SompoJapan21.41.615
Tokio MarineJapan21.31.616
The HartfordUnited States21.11.517
MS&ADJapan301.518
TravelersUnited States21.11.319
Samsung FMSouth Korea2.501.120
ConvexBermuda2.50121
ChubbSwitzerland1.300.522
Ping AnChina1.300.522
Liberty MutualUnited States100.424
Lloyd’sUnited Kingdom000.225
Berkshire HathawayUnited States00026
Everest ReBermuda00026
PICCChina00026
SinosureChina00026
StarrUnited States00026
표1. 올해 IoF 보험사 탈화석연료 평가 스코어카드

IoF는 올해 전세계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가 신규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인수(acceptance)[1]를 철회할 정도로 탈석탄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IoF 집계에 의하면 지지난해 23개, 지난해 35개였던 탈석탄 선언 보험사는 올해 41개로 늘었다. 1차 보험 시장의 39.3%, 재보험 시장의 62.1% 점유율을 가진 보험사들이 탈석탄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전세계적인 보험업계의 탈석탄 흐름은 한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Korea Beyond Coal)에 따르면 국내 11개 주요 손해보험사들 중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을 포함한 8개 주요 보험사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 및 운영에 대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탈석탄’ 선언에 동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건설 중인 강릉 안인 석탄화력발전소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건설된다 하더라도, 운영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IoF는 탈석탄 선언 보험사가 늘면서 석탄 관련 회사의 보험 접근성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IoF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 전력 부문 피보험사 경우 올해 보험료가 2.5~5%가량 인상되었을 뿐이지만, 석탄 회사의 보험료는 최대 20%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 회사의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가 줄면서 전에 비해 보험 적용 범위는 줄고, 보험료는 올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국내와 전세계 보험사들의 탈석탄 선언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유일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1위 재보험사 뮤닉 리(Munich Re), 2위 재보험사 스위스 리(Swiss Re), 알리안츠 등이 올해 석유와 가스 탐사 및 생산에 대한 보험까지 배제하는 정책을 새로 수립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스코어카드 작업을 이끈 피터 보사드(Peter Bosshard) 선라이즈 프로젝트 프로그램 디렉터는 “기후 과학은 신규 화석연료 사업이 추진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의 선도적인 재보험사들은 화석연료 사업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며 “코리안리도 전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여 석탄은 물론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주요 보험사들 대부분이 이미 신규 석탄 보험을 인수하지 않기로 한 발을 내디뎠음에도 코리안리는 아직 탈석탄 선언조차 하지 않았다”며,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 재보험사로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IoF는 올해 세계 보험업계에 탈석탄을 넘어 탈석유와 탈가스로의 경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석유와 가스 관련 회사에 대한 보험 제공 제한 정책을 도입한 보험사는 지난해 3개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3개로 급증했다. 앞서 언급한 스위스 리와 알리안츠는 신뢰성 있는 전환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석유와 가스 회사에 대한 기존 보험 지원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화재는 이런 변화에 늦어 지난 평가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삼성화재는 국내 보험사로 유일하게 IoF가 개별 보험사의 탈화석연료 정책을 평가해 점수를 내는 ‘스코어카드’에 포함되는 세계 30개 주요 보험사 가운데 올라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일본 보험사 MS&AD와 함께 17위에 올랐는데 올해는 20위로 떨어졌다. 보샤드 프로그램 디렉터는 “삼성화재는 석유와 가스에 아무런 제한 정책을 두지 않아 일본의 비슷한 경쟁사인 솜포(Sompo-15위), 도쿄 해상(Tokio Marine-16위), MS&AD(18위) 등에 비해 뒤처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기후 위기로 심화된 자연 재해로 경제적 손실이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보험사 뮤닉 리는 자연 재해로 인한 세계 손실 총액이 2019년 1660억 달러(약 236조원)에서 지난해 2800억 달러(약 398조원)로 늘었다고 추산했다. 이런 손실이 증가하면서 중견 재보험사가 자연 재해에 대한 보험 서비스를 줄이거나 완전히 철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뮤닉 리 같은 대형 재보험사는 자연 재해에 대한 보험률을 크게 인상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먼저, 심하게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부터 이런 변화에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고 IoF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참여한 레인포레스트 액션 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의 선임 캠페이너 일레나 술락샤나(Elena Sulakshana)는 “늘고 있는 자연 재해의 비용을 보험사가 모두 부담할 순 없겠지만, 보험사들이 화석연료 생산 사업에 보험 서비스를 제공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면서 기후로 고통받는 커뮤니티를 버리는 현상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Insure Our Future Scorecard Data Link]

[1] 보험자가 위험, 피보험 목적, 조건, 요율 등을 종합 판단하여 계약을 맺기로 결정하는 것을 말함